한국 방제학 [9편] 흔들리는 몸, ‘중풍’의 진짜 얼굴 – 외감풍사와 내상풍의 차이
한국 방제학 [9편]
흔들리는 몸, ‘중풍’의 진짜 얼굴 – 외감풍사와 내상풍의 차이
Part 2. 외부 침입자들: 육기(六氣)의 공격과 방어법
7강. 흔들리는 몸, ‘중풍’의 진짜 얼굴 – 외감풍사와 내상풍의 차이
지난 시간에는 **풍사(風邪)**의 핵심적인 성질인 선행수변(善行數變), 즉 잘 움직이고 변화가 많다는 특징을 통해
악풍, 유주성 통증, 경련, 마비와 같은 표증(表證)의 양상을 살펴보았습니다.
오늘 다룰 주제는 현대 의학에서 뇌졸중(Stroke)으로 이해되는 **중풍(中風)**입니다.
그러나 한의학 고전에서 말하는 ‘풍(風)’과, 오늘날 우리가 떠올리는 ‘중풍’은 반드시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이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치료의 방향 자체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1. 고전에서 말하는 ‘풍(風)’: 외사(外邪)의 문제
한의학의 기초가 되는 『내경(內經)』에서 말하는 풍(風)은 대부분
외부에서 침입하는 **외사(外邪)**를 의미합니다.
즉, 바깥의 풍사(風邪)가 인체의 얕은 부위, 곧 **표(表)**로 침입하여
경락과 피부, 근육을 중심으로 병을 일으키는 개념입니다.
● 외감 풍사(外感風邪)의 특징
외감 풍사는 반드시 **표증(表證)**을 동반합니다.
증상은 얕은 곳에서 시작해 점차 깊은 곳으로 진행됩니다.
-
풍사가 피부와 살 부분(肉分)에서 **위기(衛氣)**와 싸우면
→ 불인(不仁), 즉 감각 둔화나 마비가 발생하고 -
경락(經絡)에 침입하면
→ 비증(痺證), 즉 통증이 나타난다고 보았습니다.
● 치료 원칙
외감 풍사는 병이 겉에 있으므로
치료 역시 소산(疏散), 즉 흩어내고 풀어주는 방향이 기본이 됩니다.
2. ‘중풍’이라는 진단의 오해: 내상(內傷)과 혈기 부족
후대에 이르러 한의가들 사이에서는 중요한 비판이 제기됩니다.
갑자기 쓰러지거나,
입과 눈이 비뚤어지고(口眼歪斜),
반신이 마비되며(半身不遂),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들이 나타나면
외부 사기 유무와 관계없이 모두 **중풍(中風)**으로 진단하는 것은
**“그릇됨이 심하다”**는 지적이었습니다.
● 중증 중풍의 실제 원인
이러한 심각한 증상들의 핵심 원인은
외부의 풍사(風邪)가 아니라, 내상으로 인한 혈기(血氣) 부족입니다.
-
**내상(內傷)**이란
칠정(스트레스), 과로, 음식 문제 등으로
인체의 **정기(正氣)**가 내부에서 손상된 상태를 말합니다. -
정기와 정혈이 허해지면
기가 떠나 **현운(眩暈)**이나 **졸도(卒倒)**가 발생하고,
기가 떠나면 신(神)도 안정되지 못해
혼미(昏憒), 의식 장애가 나타나게 됩니다.
이는 외감 풍사와는 병의 성격 자체가 다릅니다.
3. 유무사(有無邪)의 구분: 치료의 갈림길
중풍을 이해하는 핵심은
병에 사기(邪氣)가 있는가, 없는가를 구분하는 데 있습니다.
| 구분 | 유사(有邪, 외감) | 무사(無邪, 내상) |
|---|---|---|
| 원인 | 풍·한·습 등 외부 사기 | 정기·혈기 부족 |
| 병의 위치 | 경락(經絡) | 장부(臟腑) |
| 증상 | 한열 왕래, 국소 종통 | 갑작스러운 마비, 의식·언어 변화 |
| 치료 | 사기 제거 + 정기 보호 | 근본(정기) 보충이 우선 |
핵심은 명확합니다.
외감으로 인한 마비는 경락을 소통하고 사기를 제거하는 것이 주가 되지만,
내상으로 인한 중풍은 정기를 보하는 것이 치료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4. 『경악전서』의 경고: 잘못된 중풍 치료
『경악전서(景岳全書)』는 당시 널리 사용되던
속명탕(續命湯) 중심의 중풍 치료를 강하게 비판합니다.
속명탕은 마황, 계지, 생강 등
외사를 발산시키는 데 적합한 처방이지만,
이를 내상성 중풍에까지 무분별하게 사용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 비판의 핵심
-
황금(청열)과 계지·부자(온열·대열)를 함께 쓰는 것은
**“수화빙탄(水火氷炭)”**과 같아 이치에 맞지 않으며, -
정기가 이미 쇠약한 환자에게 발산법을 쓰면
오히려 정기를 더 소모시켜 상태를 악화시킨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결론적으로,
속명탕은 외감 치료에는 가능하나,
내상 중풍에는 사용해서는 안 되는 처방임을 분명히 합니다.
마치며: ‘중풍’이라는 이름에 속지 말 것
중풍이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서로 전혀 다른 병리가 섞여 왔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이 편의 핵심입니다.
병이 겉에서 왔는지,
안에서 무너진 것인지,
사기를 쫓아야 할지,
근본을 보해야 할지—
이 구분이 치료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다음 10편 예고
우리가 외감 풍사를 다스려야 할 때,
즉 가벼운 표증 감기나 유주성 통증에는 어떤 약초를 써야 할까요?
다음 시간에는
**「8강: 풍사를 다스리는 약초들 – 강활·방풍·형개 등 (본초 편)」**을 통해
몸의 겉(表)에 작용하여 풍사(風邪)를 제거하는
대표적인 약물들의 성질과 귀경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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