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자역학과 무아 시리즈 (2) ‘나’라고 할 만한 내가 없다 – 무아 사상을 다시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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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자역학과 무아 시리즈 (2)
‘나’라고 할 만한 내가 없다 – 무아 사상을 다시 보다
– 한의학 임상에서 본 자아와 그 해체의 순간들

🪞 “나는 누구인가?”라는 가장 오래된 질문

👉 1편 보기: 전자는 어디에 있는가 – 양자역학과 실체 없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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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은 철학자나 구도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매일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 중 많은 이들이 겉으로는 불면, 소화장애, 무기력을 호소하지만, 실제로는 이 질문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 같지 않아요."
"내가 나를 모르겠어요."
"그냥… 아무 감정도 없어요."

이들은 자신의 몸을 치료받기 위해 왔지만, 실제로는 자신이라는 존재 전체의 균열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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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아(無我): 자아는 실체인가, 조합인가?

불교에서 말하는 무아는 “자아는 없다”는 부정이 아닙니다.
**“자아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여러 요소의 결합일 뿐”**이라는 통찰입니다.

이는 양자역학의 ‘입자의 실체 없음’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1편에서 다뤘듯이, 전자는 고정된 점이 아니라 확률적 위치로만 설명되며, 존재 자체가 조건적이고 유동적입니다. 자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정한 조건과 맥락 속에서만 작동하는 임시적 구성물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자아를 ‘심(心)’의 작용으로 봅니다.
그러나 여기서 ‘심’은 단순한 장기가 아니라, **정(精)·기(氣)·신(神)**의 균형과 흐름 위에 형성되는 정신적 중심을 말합니다.

이러한 동양의 무아 사상은 서양 철학의 자아 개념과는 사뭇 다릅니다.
예를 들어,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며 생각하는 자아를 확고한 실체로 보았습니다.
하지만 불교의 무아는 자아를 끊임없이 구성되고 해체되는 유동적 구조로 이해합니다.
이는 현대 심리학에서도 자아 정체성이 상황과 경험에 따라 변화한다는 점과 연결되며, 동서양 간의 의미 있는 접점을 만들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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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는 어떻게 구성되는가?

우리가 “나”라고 부를 수 있는 구성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기억 (肝): 기억이 흐트러질 때,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혼란을 느낍니다.
  예: 치매 환자가 가족을 기억하지 못할 때 느끼는 깊은 단절감.

• 감정 (心, 肺, 肝): 감정이 둔해지거나 통제되지 않으면 자아가 흔들립니다.
  예: 우울증 환자가 삶의 감각 자체를 잃어버릴 때.

• 에너지와 활력 (脾, 腎): 기운이 고갈되면 정신적 활력도 저하되고, 자아는 무기력해집니다.

• 사고능력과 집중력 (心, 腎): 인지 기능 저하는 자아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외부와의 경계, 자율성 (肝, 肺): 타인의 시선과 기대에 갇혀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내 삶의 주인이 나 아닌 것 같다'는 상실감을 경험합니다.

이 각각이 불균형할 때, 환자는 **“내가 나 같지 않다”**고 말합니다.
이는 단순한 피로나 스트레스가 아닌, 자아 구조의 일시적 붕괴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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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임상에서 마주친 ‘자아의 균열’ 사례

한 40대 여성이 불면과 소화장애를 호소하며 내원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심기허(心氣虛), 위허(胃虛)로 진단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상담 중 눈물을 터뜨리며 말했습니다:

“애들 키우고, 회사 다니고, 다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문득문득,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어요.
그냥 어떤 역할을 반복하는 기계 같아요.”

이런 경우 단순히 위장을 보하는 처방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심(心), 간(肝), **신(腎)**의 관계를 조정하고, 정신적 활력을 회복시키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특히 심기허는 에너지 부족을 넘어, 자아 인식과 정신적 통합감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환자가 자기 자신과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치유적 대화 역시 중요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한의학의 정·기·신 이론이 단순한 생리학이 아니라 자아 회복의 이론임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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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무아는 해체가 아니라, 자유다

무아는 자아를 없애라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자아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
우리는 지금의 고통스러운 ‘나’에 고착되지 않게 됩니다.”

즉, 변화할 수 있다는 해방의 가능성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자아는 고정된 정체성이 아닙니다.
우리는 과거의 실수나 현재의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을 재구성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게 됩니다.

한의학적 치료도 이와 유사합니다.
정해진 병명에 사람을 가두지 않고,
조화와 흐름의 회복을 통해 새로운 균형을 가능하게 하는 것.
그것이 동양의학이 지향하는 치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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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 – 나를 잃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나를 허락하는 것

“내가 나 같지 않다”는 말은 무너짐이 아니라 변화의 문턱일 수 있습니다.
무아란 자아를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 자아가 조건적이며 구성된 것임을 깨닫고,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자신을 구성할 자유를 얻는 것입니다.

한의학은 그 자유를 몸의 흐름, 정신의 조화, 관계의 회복을 통해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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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편 예고
8정도와 8-Fold Way – 혼돈 속 질서의 은유

불교의 수행법인 **8정도(八正道)**와
현대 입자물리학의 8-Fold Way 이론은
서로 전혀 다른 시대와 배경을 가졌지만,
모두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을 드러냅니다.

복잡한 임상 속에서 질서와 통찰의 패턴을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지,
그 은유를 함께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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